[스포츠스낵 = 양민혁기자] 신예 아티스트 pAran과 프로듀서 Siz가 첫 싱글 'Hangover'로 음악 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물결 사이에서 헤엄치는 듯한 감각적인 멜로디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운드로, 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츠스낵은 이들의 첫걸음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티스트 pAran과 Siz의 첫 싱글앨범 'Hangover'
"물결 사이에서 노래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 pAran의 음악 철학
"파아란이라고 불러주세요."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pAran은 자신의 예명에 담긴 의미부터 꺼냈다. "다양한 ‘나’들이 물결들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를 붙잡고 싶어서 ‘파아란(pAran)’이라는 이름을 선택했어요."
그녀에게 음악은 작은 촛불 같은 존재다. "모든 사람이 깜깜한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강렬한 태양이 될 수는 없어도, 촛불 정도의 따뜻함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런 철학은 'Hangover'의 가사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pAran은 관계의 숙취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마음을 쏟은 만큼 숙취가 남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증명해주는 존재라면, 빛은 꺼지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아티스트 pAran
자유롭고 경계 없는 예술을 꿈꾸는 Siz
Siz는 이번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빅뱅의 음악을 듣고, 정확히는 무한도전의 '하루하루' 패러디에 충격을 받으며 음악을 시작한 그는, 초등학생 때의 설렘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소리를 탐구해왔다. "경계가 없는 예술을 좋아해요. 이번에도 R&B 앨범이 될 수도 있었지만, pAran과의 작업 덕에 장르의 경계가 무너졌어요. 애매하게 좋을 바엔 이상하고 별난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마이크 딘(Mike Dean)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혼네(Honne)의 사운드에서 신시사이저의 매력을 깨달았다. 'Hangover'의 기묘한 리프와 쪼개진 박자도 이러한 실험 정신의 결과다. "원래는 매스 록(math rock)을 만들려고 했는데, 기타 리프에 박자가 잘게 쪼개져 있는 신시사이저를 넣어서 만들다 보니 모던 록과 매스 록 사이 어딘가에 있는 곡이 됐어요. 근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고, 둘 다 만족할 만한 곡이 나온것 같아요(웃음)."
아티스트 Siz
pAran, 이미지와 기억을 노래하다: 예술적 영감의 원천
pAran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녀는 이번 앨범 커버 작업을 할 때 특정한 이미지와 감정을 먼저 떠올렸다고 말했다. "저는 기억을 이미지로 저장하는 편이에요. 이번 앨범 커버도 그런 발상에서 출발했어요. 숙취라는 건 단순히 몸의 피로가 아니라, 관계 맺음에서 남겨진 흔적이잖아요. 저는 그 흔적이 가장 많이 남는 곳이 옷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그걸 씻어내는 세탁소라는 공간이 떠올랐어요."
또한, 그녀는 평소 메모장에 단편적인 문장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글로 완성되기엔 너무 짧고,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조각들이 많아요. '잃어버린 길 위에서 머금은 시간'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게 'Hangover'의 가사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었어요."
이처럼 그녀에게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조각을 하나씩 꿰어 나가는 작업이다. 앞으로도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각적인 노래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함께 만들어낸, 어딘가 독특하고 따뜻한 'Hangover'
'Hangover'는 우연과 즉흥에서 탄생한 곡이다. 작업실에서의 농담처럼 시작된 제목은 그대로 노래의 메시지가 되었다. "첫 작업 전날 진짜 숙취 때문에 시간 조정을 했었는데, SNS에 'Hangover'라고 올린 게 그대로 제목이 됐어요." (pAran)
트랙 제작 과정도 흥미롭다. Siz가 끊임없이 트랙을 보내면 pAran은 그것을 질릴 때까지 반복해 들으며 멜로디를 구상했다. 긴 샤워 중 흥얼거린 멜로디가 최종 후렴구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Siz의 동료, 정건화와 정건희가 세션으로 참여해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사실 이 곡의 색깔은 우리 둘(pAran과 Siz)만의 것이 아니에요. 세션 형들이 기타와 베이스로 곡의 뼈대를 확실히 잡아줬죠. 그 덕에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를 더 잘 살릴 수 있었어요." (Siz)
아티스트 Siz 와 pAran
앞으로의 행보: 더 많은 이야기, 더 많은 실험
이들은 이미 'Hangover' 이후의 계획도 단단히 세워두고 있다. Siz는 "2025년은 달리는 해"라며 개인 EP와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예고했고, pAran 역시 이번 EP 이후 더 솔직한 음악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끝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저의 이상함을 향유해주시는 여러분, 저는 앞으로도 이상할 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Siz)
"저의 새로운 걸음마를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앞으로도 오랫동안 같이 놀고 기대봐요." (pAran)
두 사람의 파란 물결은 이제 막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은 물결은 곧 더 큰 파도가 되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을 것이다.
양민혁_wegohyeok8645@naver.com
사진_아티스트 pAran & Siz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