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대혼란 속 공직사회 '어수선'…일정취소에 내부동요 다잡기
"회의해봐야 안다" 상황파악 주력…공무원들 '걱정·우려'
장·차관들, 주요 일정 줄줄이 취소…등교 문제까지 불똥 "학사일정 정상운영"
(서울=연합뉴스)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 요구안 의결, 윤 대통령의 해제 등 국가적 대혼란이 빚어지면서 정부 행정사무를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출근길은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지난밤 계엄이 전격 선포됐다가 해제되면서 본연의 업무보다는 상황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장·차관 일정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회의해봐야 한다", "확인해봐야 한다"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로 새벽에 출근한 한 공무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사무실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른 것은 없다"면서도 간밤의 혼돈 사태를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중앙부처에서는 이날 예정했던 주요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부처 장·차관들은 간부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거나 후속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계획했던 경기 이천의 대설 피해지역 현장 점검과 안산 선감학원 사건 국가 사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선감학원 관련 일정은 부랑아 수용시설인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아동·청소년 인권유린에 대해 국가가 80여년 만에 처음 사과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일정 자체가 취소되면서 피해자 반발 등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실·국장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김 장관은 계엄이 선포됨에 따라 이날 예정된 외부 일정을 취소했으나, 해제되면서 일정 참여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노동부 관계자가 전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예정된 지방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오전 10시 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 후 집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전날 환경부 주요 간부들과 전화회의를 진행하고 전 직원에게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임무와 역할에 충실해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이기일 1차관이 참석해 개최하려던 자립준비청년 장학금 지원사업 업무협약식 일정을 연기했다.
이날 상임위별 법안소위 등 국회 일정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세종의 부처 공무원들은 서울 이동 여부 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국회 일정은 아직 국회 차원에서 정리가 안 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밤사이 등교 문제 등으로 한때 혼선을 빚었던 교육 당국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교육부는 학부모들로부터 '정상 등교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치자 0시 53분께 '모든 업무와 학사 일정은 정상 운영합니다. 상황에 변동 발생 시 별도 안내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출입기자단에 보내 언론 보도에 활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교육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차분한 업무수행과 교육현장에서 안정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0시 30분부터 오전 2시까지 정근식 교육감을 비롯한 간부들이 모여 학교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또 각 학교에 '모든 학교는 학사일정을 정상 운영하고, 학교 안정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양정우 고미혜 고은지 김은경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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