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라톤 2시간10분 벽 깨졌다…과학적 한계는 2시간05분
체픈게티,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9분56초에 완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경쟁이 기록 향상 이끌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호주 경제학자 사이먼 앤거스 교수는 2019년 2월 스포츠와 운동의 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여자 마라토너가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의 한계는 2시간05분31초"라며 "현실적으로는 2시간10분 돌파가 '한계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2시간10분을 여자 마라톤의 한계라고 봤다.
루스 체픈게티(케냐·30)가 한계를 넘어섰다.
체픈게티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4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9분56초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했다.
같은 코스(42.195㎞)를 달린 남자부에서도 체픈게티보다 빠르게 완주한 선수는 단 9명뿐이었다.
여자부 2위는 2시간17분32초에 달린 수투메 아세파 케베베(에티오피아)였다.
체픈게티는 남자부 중상위권 선수를 '페이스 메이커'로 삼고, 2시간10분 벽을 돌파했다.
종전 개인 최고 기록(2시간14분18초)을 4분22초나 단축하며, 티지스트 아세파(26·에티오피아)가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작성한 종전 세계기록 2시간11분53초도 경신했다.
경기 뒤 체픈게티는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기분 좋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세계기록 경신은 내 꿈이었다. 이를 위해 싸웠다"라고 말했다.
다카하시 나오코(일본)는 2001년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19분46초에 달려, 사상 최초로 여자 마라톤 2시간20분 벽을 돌파했다.
이후 2시간10분 벽 돌파까지 23년이 걸렸다.
'여자 마라톤 전설'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2003년 4월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15분25초의 세계기록을 세운 뒤 여자 마라톤은 오랫동안 '기록 정체'를 겪었다.
래드클리프의 기록은 2019년에야 깨졌다.
2019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브리지드 코스게이(케냐)가 2시간14분04초에 완주하며 처음으로 2시간15분 벽을 깼다.
이후 글로벌 스포츠브랜드가 케냐와 에티오피아 여자 마라토너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기록 경신을 유도했다.
세계육상연맹의 '마라톤화 규정' 내에서 가볍고, 발의 피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여러 스포츠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연구하면서 2020년대에는 4명이 2시간15분 이내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특히 아세파는 2023년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11분53초로, 코스게이의 기록을 2분11초나 단축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아세파의 기록은 약 1년 만에 체픈게티가 새로 썼다.
아세파는 아디다스, 체픈게티는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다.
체픈게티가 여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우자 미국 현지 언론은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넘어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앤거스 교수는 논문에서 "기후와 환경만큼이나, 인간의 기술이 마라톤 기록에 영향을 끼친다"고 썼는데, 실제 스포츠 브랜드의 경쟁이 여자 마라톤 기록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저작권자 ⓒ Sport Snack,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